Seunghoon Choi

AI의 발전은 너무 빠른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도 탈모도 노화도 아직 못 풀었다

AI가 빠르다고 말하기 전에, 인류가 아직 어떤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지 못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달 기지 하나 못 만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느린 도구가 아니라, 답을 현장에 설치하고 운영하고 고치는 능력이다.

목차

새벽의 에너지 인프라와 도시를 바라보는 엔지니어

AI가 빨라 보이는 이유는 문제 전체를 해결해서가 아니라, 정리된 데이터가 있는 부분을 빠르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탈모도 해결되지 않았고, 노화도 해결되지 않았고, 달 기지도 아직 없다. 암도, 치매도, 핵융합 상용화도, 초저가 에너지 인프라도 아직 인류가 마음대로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AI를 두고 너무 빠르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린다. AI가 글을 빨리 쓰고, 코드를 빨리 만들고, 이미지를 빨리 뽑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노화, 탈모, 달 기지 같은 문제를 기준으로 보면 그 정도는 아직 빠른 게 아니다. 중요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했느냐고 물으면, 답은 아직 대부분 “아니다"에 가깝다.

그러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AI가 너무 빠른 것 아닌가?“가 아니라 “AI가 이 정도로도 부족한데, AI 없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 건가?“라고 물어야 한다.

뭐가 그렇게 빠른가?

AI가 빠르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눈앞의 산출물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며칠 걸리던 초안이 몇 분 만에 나오고, 검색하고 정리하던 시간이 줄고, 코딩과 디자인과 번역의 첫 결과가 빨라졌다. 개인이 문서, 코드, 디자인 초안을 만드는 속도는 확실히 올라갔다.

하지만 큰 문제는 문서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낮추려면 발전소, 송전망, 에너지 저장 장치, 공장, 광산, 선박, 항공, 도시, 농업, 금융, 정치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 탈모를 해결하려면 생물학을 더 깊게 알아야 하고, 노화를 다루려면 세포와 면역과 대사와 장기 손상을 함께 봐야 한다. 달 기지를 만들려면 로켓만이 아니라 생명 유지, 방사선 차폐, 폐쇄 생태계, 우주 건설, 통신, 법, 보험, 보급까지 필요하다.

그 기준으로 보면 AI는 아직 느리다. 우리가 체감하는 속도는 문서, 코드, 디자인처럼 컴퓨터 앞에서 끝나는 작업의 속도다. 진짜 변화는 발전소, 공장, 병원, 실험실, 행정 안에서 일어난다.

아직 해결한 문제가 거의 없다

“AI가 너무 빠르다"는 말은 어떤 기준에서는 맞다. 기업 조직, 학교, 창작 시장, 사무직 업무는 빠르게 바뀐다. 어떤 사람은 적응할 시간을 잃고, 어떤 직무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이 불안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런데 큰 문제의 목록을 펼쳐 보면 다른 감각이 생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전력망은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받아낼 만큼 빠르게 바뀌지 못한다. 전지는 더 싸고 안전하고 오래가야 한다. 신약 개발은 여전히 오래 걸리고 비싸다. 인간은 여전히 늙고, 머리카락은 빠지고, 암과 치매 앞에서 많은 가족이 무너진다.

이런 문제 앞에서 AI가 너무 빠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AI 제품 출시 속도는 빠르지만, 인류가 문제를 끝내는 속도는 아직 느리다.

AI 없이 그 문제를 어떻게 풀 건가?

AI가 싫다고 치자. 그러면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풀 건가. 더 많은 회의로 풀 건가. 더 많은 엑셀 파일로 풀 건가. 사람이 모든 기후 시나리오를 손으로 비교하고, 모든 재료 후보를 실험실에서 하나씩 찍어 보고, 모든 전력망 조합을 사람이 감으로 맞출 건가.

탈모와 노화도 마찬가지다. 생물학은 너무 복잡하다. 유전자, 단백질, 세포 신호, 면역, 대사, 장기 손상, 생활 습관이 서로 물려 있다. 인간 연구자가 평생 읽을 수 있는 논문 수와 실험할 수 있는 조합에는 한계가 있다. AI는 여기서 인간을 대체하는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하지 못하던 조합의 수를 줄여 주는 도구가 된다.

우주도 그렇다. 달 기지를 만들려면 자율 로봇, 극한 환경 소재, 폐쇄 생태계, 방사선 예측, 고장 진단, 궤도 물류가 필요하다. 이걸 AI 없이 더 빨리 할 방법이 있나. 없다면, AI의 발전을 늦추자는 말은 사실상 큰 문제를 푸는 속도도 늦추자는 말이 된다.

현실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AI가 혼자 모든 것을 끝낸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인간이 더 중요해진다. 현실은 데이터베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AI는 계산하고,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발전소를 혼자 짓지는 못한다. 송전망을 깔지 못한다. 탄소포집 플랜트를 시운전하지 못한다. 광산 인허가를 따지 못한다. 주민 반대를 설득하지 못한다. 고장 난 장비를 현장에서 열어 보고 고치지 못한다.

공장 불량의 냄새를 맡고 “이건 데이터에 없는 문제다"라고 판단하지도 못한다. 앞으로 필요한 인간은 AI보다 계산을 잘하는 인간이 아니다. AI가 만든 가능성을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구현하는 인간이다.

에너지 전환은 왜 사람과 AI가 같이 해야 하나?

기후위기 대응만 봐도 그렇다. IPCC AR6 WGIII는 기후 대응을 단일 기술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산업, 도시, 토지, 정책, 금융, 국제협력이 얽힌 시스템 전환 문제로 다룬다. 답은 논문 안에만 있지 않다. 답은 전력망과 공장과 항만과 도시와 제도에서 실제로 실행되어야 한다.

IEA World Energy Employment 2025는 에너지 인프라 확장 과정에서 숙련 노동 부족이 이미 중요한 병목이 되고 있다고 본다. IEA 조사에서 에너지 관련 기업 약 60%가 노동력 부족을 보고했다. AI가 설계를 가속해도 현실의 철, 구리, 콘크리트, 반도체, 공장, 송전탑은 사람이 굴린다.

그래서 에너지 전환은 AI만의 문제도 아니고, 사람만의 문제도 아니다. AI는 더 좋은 조합을 찾고, 인간은 그 조합을 땅 위에 설치한다. AI는 가능한 선택지를 빠르게 추려내고, 인간은 그 선택지를 공사와 운영과 책임으로 바꾼다.

AI의 발전은 너무 빠른 게 아니다: 지구온난화도 탈모도 노화도 아직 못 풀었다

현실 문제는 답을 찾은 뒤에도 설치, 검증, 책임 배분 과정에서 다시 시간이 걸린다.

강한 AI일수록 검증자가 더 필요하다

AI가 약할 때는 틀려도 피해가 작다. 문장 하나가 이상하면 고치면 되고, 코드 한 줄이 틀리면 테스트하면 된다. 하지만 AI를 전력망, 전극 공정, 탄소 저장소, 우주 거주 시스템에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력망 운영 AI가 틀리면 정전이 난다. 전극 공정 조건이 틀리면 화재가 난다. 탄소 저장소 평가가 틀리면 누출이 난다. 우주 거주 시스템 제어가 틀리면 사람이 죽는다.

그래서 AI가 강해질수록 인간 검증자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비싸진다. 단순히 “AI를 쓸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AI가 낸 답이 현실에서 어디서 터질지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안전, 비용, 책임, 제도, 사람의 반응을 같이 보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현장에서 일을 끝낸다

고용은 단순히 사람 먹여 살리기가 아니다. 큰 문제는 현장에서 끝내야 한다. 누군가가 땅을 보고, 장비를 들여오고, 공정을 확인하고, 데이터를 만들고, 사고를 보고하고, 사람을 설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고용은 사회 안정 장치다. 대규모 실업과 배제는 긴 프로젝트를 버티지 못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일자리와 소득과 의미를 잃으면, 기후 대응이든 우주 개발이든 정치적으로 오래 가기 어렵다. 세금 기반이 약해지고, 사회 신뢰가 무너지고, 장기 프로젝트가 선거 한 번에 뒤집힌다.

ILO의 just transition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친환경 전환은 기술 전환만이 아니라 노동, 교육, 임금, 지역사회, 사회적 대화와 함께 가야 한다. 사람들이 참여해야 시스템이 오래 간다.

AI가 없애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낮은 차원의 일이다

AI 때문에 모든 인간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AI만으로 끝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반복 문서 작성, 단순 데이터 입력, 규칙만 암기해서 처리하는 업무는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 정의자, AI 결과 검증자, 현장 통합자, 현실 데이터 생성자, 예외 상황 판단자, 발전소와 공장과 병원 같은 큰 일을 현장에서 굴리는 사람은 더 중요해진다. World Economic Forum의 Future of Jobs Report 2025도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기술 혁신과 녹색 전환이 직무와 스킬 구조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본다. WEF는 2030년까지 1억 7천만 개의 새 역할과 9천 2백만 개의 대체를 전망하며, 순증 고용 가능성도 말한다.

핵심은 일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층위가 바뀐다는 것이다. 작은 문제를 처리하던 인간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를 정의하고, 현장에 연결하고, 책임지는 인간은 더 필요해진다.

인간은 왜 목표와 책임을 정해야 하나?

AI에게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라"고 말해도 답은 하나가 아니다. 경제성을 우선할 것인가. 생존율을 우선할 것인가. 저소득층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가. 에너지 안보를 우선할 것인가. 민주적 합의를 중시할 것인가. 속도를 중시할 것인가.

AI는 최적화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최적화할지는 인간 사회가 정해야 한다. 이것은 계산 문제가 아니라 가치, 정치, 권력, 생존전략의 문제다.

그리고 책임도 인간이 정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멈출 것인가. 비용이 커졌을 때 누가 설명할 것인가. 어떤 집단이 손해를 볼 때 누가 보상할 것인가. AI는 답을 낼 수 있지만, 사회가 그 답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책임 구조는 인간이 만든다.

결론: AI는 더 빨라져야 한다

AI가 너무 빠르다는 말은 지금 시대의 불안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인류가 아직 못 푼 큰 문제 앞에서는 반대로 봐야 한다. 우리는 아직 지구온난화를 끝내지 못했고, 노화를 다루지 못했고, 탈모 하나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고, 달 기지도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더 느린 AI가 아니다. 더 강한 AI, 더 좋은 검증자, 더 빠른 실험, 더 책임 있는 제도, 더 많은 현장 실행이다. AI는 인간을 지우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더 큰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돕는 강력한 도구다.

AI가 맡을 수 있는 작은 일은 맡겨야 한다. 인간은 그 위에서 더 큰 문제를 잡아야 한다. 답을 만드는 속도가 아니라, 답을 발전소, 병원, 공장, 실험실, 제도 안에서 실제로 쓰게 만드는 속도가 세상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