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hoon Choi

질문이 많은 학생에게 AI가 도움이 되는 이유

전체를 알아야 움직이는 사람에게 AI는 약점을 가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을 점수로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목차

교실 앞에서 선생님이 양자역학 식을 설명하고, 여러 학생 사이에서 한 학생이 질문으로 멘붕에 빠진 삽화

질문이 많다는 것은 이해가 느리다는 뜻보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그대로 넘기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

공대에서 양자역학을 배울 때 칠판에 이런 식이 먼저 보였다.

H^ψ=Eψ H^=-22m2+V(r) φ|ψ=φ*(x)ψ(x)dx

수업은 물리 현상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낯선 수학기호가 먼저 들어왔다. 해밀토니안, 파동함수, 고유값, 연산자, 브라켓 표기법 같은 말들이 나왔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기호들을 이미 아는 언어처럼 쓰고 있었다.

나는 그때 무엇을 모르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선형대수를 다시 봐야 하는지, 미분방정식을 봐야 하는지, 복소수나 확률을 봐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H 위에 붙은 모자는 왜 필요한지, nabla 제곱이 왜 에너지 식 안에 들어가는지, 브라켓 표기법이 왜 내적이고 확률과 연결되는지, 어디서부터 찾아봐야 할지 몰랐다.

내가 모르는 것은 계산 한 줄이 아니었다. 그 계산이 왜 허락되는지, 그 기호가 어떤 세계에서 온 것인지에 대한 감각이었다.

느린 게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량이 많았다

나는 이해가 느린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량이 많았다. 먼저 전체 구조가 보여야 했다. 그런데 그 구조를 물어봐도 질문을 받는 사람이 내가 무엇을 묻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 단원이 전체에서 어디에 놓이는 거야?”, “이 개념은 왜 지금 나오는 거야?”라고 물어도, 내가 묻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 큰 구조가 잡혀야 부분 개념의 위치가 보였고, 그다음에야 문제풀이로 내려올 수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도 비슷했다. 개념을 근본부터 쌓는다기보다, 얕게 설명한 뒤 바로 문제를 풀라고 했다. 어떤 학생은 설명이 조금 부족해도 문제를 풀면서 감을 잡았다. 하지만 나는 “왜 그렇게 정의하지?”, “이 공식은 어디서 나온 거지?”, “이 개념은 전체에서 무슨 역할을 하지?” 같은 질문이 먼저 해결돼야 했다.

시험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필요한 정보를 연결해 전체 구조를 만들려 했지만, 시험날까지 그 구조를 문제풀이 단계로 충분히 내려오게 만들지 못했다.

예전 시험은 직관형에게 유리했다

학점이 높은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그런데 의외로 설명은 잘 못했다. 처음에는 기만인 줄 알았다. 이미 다 아는데 귀찮아서 대충 말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진짜 설명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친구들은 처음부터 전체 구조를 말로 정리한 뒤 움직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문제를 보면 감이 왔고, 공식이 어디에 쓰이는지 몸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는 그게 부러웠다. 나는 납득이 안 되면 손이 멈췄는데, 그 친구들은 설명을 완벽하게 못 해도 답을 맞혔다.

최상위권 시험에서는 이런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설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문제를 보고 바로 구조를 잡는 학생이 있다. 식의 모양, 조건의 흐름, 그래프의 모양을 보고 손이 먼저 움직인다. 기존 시험은 이런 직관형에게 유리했다.

질문이 많은 학생이 AI를 공부에 활용하는 모습

공식에 익숙한 사람은 답만 외운 사람이 아니라, 풀이가 어느 단계에서 틀리기 쉬운지 먼저 확인하는 사람이다.

질문을 받아줄 사람이 없었다

예전에는 이 병목을 풀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근본적인 질문을 끝까지 받아줄 사람이 부족했다. 선생님은 진도를 나가야 했고, 학원은 유형을 돌려야 했고, 교재는 중간 과정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 못했다.

“왜 이 공식이 가능한가”를 한 번 묻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다섯 번, 열 번, 다른 각도에서 계속 묻기 시작하면 수업은 멈춘다. 그래서 전체를 먼저 보려는 학생은 자기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기 어렵다. 결국 이해는 덜 된 채로 문제풀이만 따라가거나, 아예 손을 놓게 된다.

AI를 쓰면 이 부분이 달라진다. 이제는 같은 질문을 열 번 다르게 물을 수 있다. 쉬운 예시로 설명해달라고 할 수 있고, 반례를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만 다시 문제로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질문이 점수로 이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전체 구조를 혼자 파악해야 했다. 이제는 같이 짚어 볼 수 있다. “이 과목의 목표가 뭐야?”, “이 개념은 왜 필요한 거야?”, “앞뒤 단원과 어떻게 이어져?”라고 묻고, 거기서 문제풀이까지 내려오면 된다.

AI를 얕게 쓰면 숙제를 대신 해주는 도구에 그친다. 하지만 깊게 쓰면 완전히 다른 일이 생긴다. 전체를 알아야 움직이는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큰 그림을 빠르게 잡고, 근본 질문을 끝까지 하고, 그 이해를 문제풀이까지 연결할 수 있다.

그러면 예전에는 점수를 못 받던 사람이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질문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강점은 아니다. 하지만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서 실제 이해와 적용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그 질문은 점수로 바뀔 수 있다.

이제는 약점이 아닐 수 있다

예전에는 전체를 먼저 봐야 움직이는 사람이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부분을 먼저 받아들이고 빨리 적용하는 사람은 시험에 유리했다. 하지만 전체 구조를 잡은 뒤에야 개념과 문제가 연결되는 사람은 이해에 필요한 정보량이 많았다. 시험날까지 그 구조가 문제풀이 단계로 내려오지 못하면, 실력은 점수로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이 구도가 바뀐다. 전체를 봐야 움직이는 사람도 큰 그림을 빠르게 잡고, 근본 질문을 끝까지 밀고 가고, 그 이해를 실제 문제풀이까지 연결할 수 있다.

예전에는 약점처럼 보였던 사고방식이, AI를 깊게 받아들이는 순간 가장 큰 강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