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unghoon Choi

새 분야는 많이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봐야 한다: 매직넘버 3·7·30·100

감은 양이 아니라 보는 각도를 달리함에서 오고, 실력은 노출이 아니라 피드백에서 온다.

목차

해질 무렵 도시의 교차로에 서서 세 갈래 길을 바라보는 사람

새 분야의 감은 사례의 양만으로 생기지 않고, 서로 다른 사례의 차이를 비교할 때 생긴다.

새 분야를 처음 배울 때 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사례를 몇 개나 봐야 감이 잡힐까?” 많이 보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같은 종류의 사례를 백 개 봐도 머릿속은 그대로 정리가 안 될 수 있다.

감은 사례의 개수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고, 핵심 변수를 추리고, 다른 종류의 사례를 비교하고, 직접 해 본 뒤 고쳐야 생긴다. 그래서 나는 새 분야를 배울 때 3·7·30·100이라는 순서로 생각한다. 정확한 법칙이라기보다, 감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에 가깝다.

3개로 방향 잡기

처음부터 많은 사례를 한꺼번에 보려고 하면 오히려 길을 잃는다. 먼저 필요한 것은 세 개의 시선이다. 잘된 결과물, 결과를 가르는 변수, 처음 배우는 사람이 어디서 자주 막히는지를 봐야 한다.

첫째, 잘된 결과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봐야 한다. 요리를 배운다면 잘 구운 스테이크의 단면이 어떤지, 글쓰기를 배운다면 잘 읽히는 글의 구조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 목표 그림이 없으면 내가 만든 것이 괜찮은지, 망한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둘째, 무엇이 결과를 가르는지 봐야 한다. 같은 재료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다면, 그 차이를 만드는 변수가 있다. 스테이크라면 불의 세기, 굽는 시간, 꺼내서 쉬게 하는 시간 같은 것들이다. 분야마다 결과를 흔드는 핵심 변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셋째, 처음 배우는 사람이 어디서 자주 막히는지 봐야 한다. 팬을 충분히 달구지 않는다든가, 고기를 자꾸 뒤집는다든가, 글에서 주장을 먼저 세우지 않고 문장만 다듬는다든가. 남의 시행착오를 미리 보면 내 시행착오의 절반은 줄어든다.

7개 안팎으로 핵심 판단 기준 세우기

방향을 잡았으면 이제 핵심 지표를 줄여야 한다. 새 분야에는 동시에 봐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이지만, 사람 머릿속에 한 번에 올려둘 수 있는 항목은 많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스무 가지를 다 보려고 하면 손이 멈춘다.

핵심은 대략 7개 안팎으로 줄여야 한다. 글쓰기라면 맞춤법, 단어, 문장 길이, 문단 구조, 논리 흐름, 독자, 제목 정도가 될 수 있다. 더 능숙해지면 맞춤법과 단어 선택을 “문장 다듬기”라는 하나의 덩어리로 묶는다. 여러 항목을 하나로 묶을수록 한 번에 신경 쓸 항목이 줄고, 그만큼 더 큰 구조를 볼 여유가 생긴다.

초보와 중급자의 차이는 지식량만이 아니다. 정보를 몇 개의 덩어리로 묶어 볼 수 있느냐의 차이다. 핵심 판단 기준을 7개 안팎으로 줄이는 순간, 새 정보가 들어와도 기준을 덜 잃는다.

사례 30개는 개수보다 종류가 중요하다

이제 사례를 모을 차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유형을 보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 서른 개는 사실상 같은 사례를 서른 번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요한 것은 대비되는 사례다. 성공한 사례, 실패한 사례, 애매한 사례, 극단적인 사례, 가장 흔한 표준 사례를 함께 봐야 한다. 그래야 어떤 변수가 결과를 바꾸는지 보인다. 잘된 것만 보면 기준은 생기지만, 왜 잘됐는지는 모른다.

예를 들어 잘 구운 스테이크 사진만 서른 장 보면 실패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좋은 글만 읽으면 왜 어떤 글은 읽히지 않는지 알기 어렵다. 반대로 성공과 실패를 같이 보면 차이가 보인다. 감은 많은 사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례를 비교할 때 생긴다.

새 분야는 많이 보는 게 아니라 다르게 봐야 한다: 매직넘버 3·7·30·100

차이가 보이는 사례 서른 개를 비교하면, 기준을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100번은 반복이 아니라 피드백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다르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손이 바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초보 때는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어제는 됐는데 오늘은 안 되고, 똑같이 한 것 같은데 결과가 다르다.

이 불안정함이 줄어드는 구간이 대략 100번 안팎의 반복이다. 악기를 배울 때 같은 구절을 여러 번 쳐야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 폼이 몸에 배는 것도, 발표가 덜 떨리는 것도 이 근처에서 조금씩 안정된다.

다만 그냥 100번 하면 안 된다. 틀린지도 모르고 100번 반복하면 잘못된 폼만 굳는다. 한 번 하고, 어디가 어긋났는지 확인하고, 고쳐서 다시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반복 횟수가 아니라 피드백이 붙은 반복이다.

판단 감각은 정보가 연결될 때 생긴다

새 분야를 배울 때 어느 순간 갑자기 판단 감각이 잡히는 때가 있다. 정보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흩어져 있던 정보가 연결되는 순간이다. “아, 이것들이 다 같은 얘기였구나” 하고 보이는 순간이 온다.

체스 고수가 판을 한눈에 기억하는 것도 모든 말을 따로 외워서가 아니다. 여러 말을 공격 진형, 수비 구조, 흔한 패턴 같은 덩어리로 보기 때문이다. 초보에게는 흩어진 점으로 보이는 것이, 고수에게는 몇 개의 의미 있는 묶음으로 보인다.

학습이 빠른 사람은 정보를 무작정 많이 넣는 사람이 아니다. 자주 비교하고, 자주 연결하고, 자주 고치는 사람이다. 많이 보는 것보다 다르게 보는 것이 먼저다.

순서는 3·7·30·100

정리하면 순서는 단순하다. 3, 7, 30, 100.

먼저 3개의 각도로 방향을 잡는다. 잘된 결과물, 결과를 가르는 변수, 처음 배우는 사람이 자주 막히는 지점을 본다. 그다음 핵심을 7개 안팎의 덩어리로 줄여 핵심 판단 기준을 세운다. 이후 30개 정도의 대비되는 사례를 모아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본다. 마지막으로 100번 안팎의 피드백 루프를 돌면서 직접 해 보고 고친다.

이 숫자들은 절대 법칙이 아니다. 분야에 따라 두 배가 될 수도 있고, 절반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원리다. 감은 보는 각도를 달리함에서 오고, 실력은 노출이 아니라 피드백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