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사람을 많이 아는 것보다, 나와 잠깐이라도 이야기한 사람이 기분 좋게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썼다.
목차

나와 잠깐 이야기했다면 그 사람의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미국에 와서 처음에는 네트워킹이라는 것에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다들 네트워킹, small talk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학교에도 온갖 모임이 있다. 특히 학기 초에는 애들이 무리를 만들어 다니는 게 많이 보이고, 소로리티 같은 데서는 같은 옷을 입고 다니거나 자기들끼리 구호도 외친다. 처음에는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싶었다. 저런 데 들어가서 사람을 많이 알아야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도움이 되는 건가, 미국에서는 원래 저렇게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좀 지켜보다 보니까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걔네끼리 엄청 친하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모여서 엄청나게 유익한 일을 하냐 하면 그것도 잘 모르겠다. 물론 자기들은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고 거기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다만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그 안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한국이라고 특별히 다른 것도 아니다. 결국 사람 사는 데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오히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다른가보다 내가 사람 사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는 조금 알게 된 것 같다.
생각보다 희소한 건 진심인 것 같다
친절한 사람은 많다. 처음 만나서 웃으면서 이야기해주는 사람도 많고,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많다. 미국은 특히 처음 만났을 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말하는 진심은 그것보다 조금 다른 것 같다. 그 사람한테 실제로 관심이 있고, 그냥 그 사람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일이 하나 잘되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도 괜찮고, 건강도 괜찮고, 인간관계도 괜찮고 그냥 종합적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실제로 도와주고 싶다는 정도다.
이런 마음이 생각보다 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가식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나도 항상 남을 그렇게까지 생각하면서 살지는 못한다. 오히려 생각은 반대로 갔다. 내가 그런 걸 희소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부터 그렇게 살아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조금 더 따뜻해도 될 것 같다
예전에는 small talk 자체를 별로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면도 있었다. 실제로 별 내용 없이 계속 이야기하는 건 지금도 나랑 아주 잘 맞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스몰톡을 하는 이유를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꼭 이 사람과 친해져서 나중에 뭔가를 얻어야 하는 게 아니어도 된다. 다시 볼 일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랑 잠깐 이야기한 몇 분 때문에 그 사람 기분이 조금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조금 더 반갑게 말할 수도 있고, 이야기를 할 때 진짜 궁금해서 한마디 더 물어볼 수도 있고, 좋은 점이 보이면 그냥 말해줄 수도 있다. 굳이 대단한 걸 해줄 필요는 없다.
내가 요즘 사람을 대하면서 가지고 싶은 마음을 굳이 말로 표현하면 이렇다. 상대방이 나와 알고 지내고 싶다면 그게 그 사람 인생에 행운이 됐으면 좋겠다. 나와 잠깐 이야기했다면 그것 때문에 그 사람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관계가 조금 더 깊어진 사람이라면 바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 같다. 나한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그냥 그 사람이 삶에서 종합적으로 잘됐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스몰톡도 완전히 쓸모없는 일은 아닐 수 있다. 대화의 목적이 꼭 네트워크를 만들고 뭔가를 얻는 것일 필요는 없다. 짧은 시간이라도 상대방의 기분을 조금 좋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다.
좋은 마음만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까 또 하나 걸리는 게 있었다. 내가 다른 사람이 잘되기를 아무리 진심으로 바라더라도 내가 아무 능력이 없으면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누군가 정말 중요한 문제를 가지고 나한테 왔는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 결국 해줄 수 있는 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도밖에 없다.
그래서 결국 내 실력도 계속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마음을 가진 것과 실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결국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요즘 리센느가 뜨는 걸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원이를 계기로 사람들이 많이 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멤버들 외모나 춤 실력이나 전체적인 체급이 지금처럼 안 됐다면 단순히 노출이 많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처럼 관심이 이어졌을까 싶다. 결국 홍보도 본체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있는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있어도 없는 것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스몰톡을 잘하고 아는 사람이 많고 자기 PR을 잘하는 것도 분명 능력이다. 그런데 그것만 잘한다고 내가 근본적으로 가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본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본체에는 단순히 전문지식만 들어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판단력, 실제로 뭔가를 끝까지 만들어내는 능력, 사람을 보는 능력 같은 것도 다 포함될 것이다.
네트워킹을 위한 네트워킹은 내 방식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 박사과정을 하고 있지만 박사학위 자체가 내 인생의 최종 목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만들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보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는 여기에서 쌓은 것들을 더 넓은 일이나 사업으로도 연결해보고 싶다.
그렇다고 박사과정을 적당히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어차피 몇 년을 투자할 거라면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실력과 성과를 최대한 가져가는 게 맞다. 연구를 잘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고, 논문을 쓰고, 실제로 다른 사람과 협업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인지 아는 사람들도 생길 것이다. 같이 일을 해본 교수나 연구자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그런 관계가 단순히 모임에서 몇 번 만나서 얼굴을 익힌 관계보다 훨씬 의미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사람을 안 만나겠다는 건 아니다. 학회도 가고 세미나도 가고, 재미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야기하고, 같이 해볼 만한 게 있으면 해보면 된다. 앞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고 사람을 연결하는 능력도 중요할 것이다.
다만 무리에 들어가는 것 자체나 아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지는 않다. 네트워킹을 위한 네트워킹보다는 내가 실제로 잘하는 것과 해놓은 것을 계속 늘리면서,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식이 나한테는 더 맞는 것 같다. 내가 실제로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만 커져서는 안 될 것 같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사업도 하고 싶고, 영향력도 가지고 싶고, 어떤 분야에서는 아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욕망을 굳이 없는 척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요즘은 돈을 원한다고 돈만 쌓고, 권력을 원한다고 권력만 쌓고, 인기를 원한다고 인기만 쌓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것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들을 담을 인간 자체의 그릇도 같이 커져야 할 것 같다.
실력도 커져야 하고 실제로 해놓은 것도 있어야 한다. 판단력도 좋아져야 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좋아져야 한다. 내가 가진 것을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실력, 업적, 판단력, 인성, 선행 같은 게 어느 하나만 커지는 게 아니라 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돈이 갑자기 열 배가 됐다고 내가 열 배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영향력이 커졌다고 판단력이 같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가진 것만 커지면 원래 가지고 있던 문제까지 같이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키우고 싶은 것은 돈이나 명성 같은 특정한 숫자 하나보다 인간 자체의 전체적인 체급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내가 나중에 원하는 것을 많이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제대로 담고 쓸 수 있는 사람도 같이 되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많이 가지는 것만큼이나, 그걸 가진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한 것 같다.
사업을 한다고 이걸 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 그런데 사업을 한다고 해서 사람을 계산적으로만 대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고객이 나랑 거래한 것이 그 사람 입장에서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랑 같이 일했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그 시간이 자기 인생에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사업 파트너도 나를 만나서 손해 봤다고 생각하기보다 같이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손해를 봐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돈 받을 건 받아야 하고 계약도 제대로 봐야 하고, 나한테 불리한 조건이면 거절해야 한다.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과 내가 받아야 할 돈과 정당한 조건을 챙기는 건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스몰톡도 마찬가지다. 사업을 하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게 될 텐데 모든 대화를 사람을 이용하기 위한 과정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야기할 거라면 이 사람이 나랑 이야기하고 기분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서로 마음이 맞고 같이 뭔가를 하게 되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오히려 생각해보면 실력이 있고, 같이 일했을 때 결과도 잘 만들고, 사람까지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라면 사업에서도 꽤 강한 사람일 수 있다. 진심과 사업, 따뜻함과 성공 중에서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연구도 잘하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사업도 하고 싶다. 실력도 있고 영향력도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 굳이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까지 버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와 알고 지낸 것이 그 사람 인생에 가능하면 행운이었으면 좋겠다. 잠깐 이야기한 사람이라면 나와 이야기한 것 때문에 그날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냥 그런 마음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실제로 뭔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되고 싶다.
그러려면 마음만큼이나 내 실력과 그릇도 같이 커져야 할 것 같다.